체코에는 그런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Kde se pivo vaří, tam se dobře daří.’ ‘양조장이 있는 곳은 어디든 살기 좋다.’ 이 속담대로라면.. 한국에는 서울집시가 있기에 살기 좋은 곳이기를 바라면서 9월호 시작합니다!
왜 이렇게 된건진 모르겠는데.. 월간집시 3개월 연속 라거 소식입니다. 7월엔 Farmhouse Lager 코끝에 여름, 8월엔 서울 컨츄리 라거 영귤 그리고 9월엔 또 하나의 새로운 라거 소식까지.. 어쩌다 우린 라거 양조장이 된걸까요? 서울집시 핵심가치 첫번째가 ‘우리가 먹고 싶은 것만 만든다’인데, 요즘 저희가 라거를 너무 좋아하나 봅니다 (😋)

맥주 하면 다들 독일을 먼저 떠올리실텐데요. 사실 1인당 맥주를 제일 많이 마시는 나라는 체코라는 사실! 수십 년째 부동의 1위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체코 맥주가 4도 안팎으로 도수가 낮아서 물 처럼(?) 아니 아마도 물 대신 정말 많이 마신다고 해요. 첫 모금의 강렬함보다 끝까지 편하게 여러 잔 마실 수 있는 맥주. 서울집시가 추구하는 음용성에 있어서 체코 맥주가 꽤 닮아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만든 라거가 바로 체코식 필스너입니다.

(17년전 사진을 찾지 못해.. 다른 투어팀 사진으로 대체)
많은 분들이 양조장 투어에 가서 마셨던 맥주의 맛있음에 충격을 잊지 못하고, 그 맥주의 팬이 되는 경험을 하셨을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체코 여행을 갔을때, 양조장에서 마셨던 필스너 우르켈이 기억나요. 정말 신선하고 갓 짜낸 우유같은 신선함에 충격을 받았어요. 근데 한국에 돌아와서 체코 라거를 마시면 그 맛이 안나더라구요.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으신가요?

(맥주를 살균하는 두가지 방식을 귀엽게 설명해준 그림)
사실 그게 기분 탓만이 아닙니다. 수출과 일반 유통을 위한 맥주는 유통기한을 늘리고 상온에서도 버틸 수 있게 열처리 살균을 거치는데요. 이 과정에서 맥주의 풍미가 미세하게 평면적으로 변하고 갓 만든 신선함이 날아갑니다. 또, 맑게 보이도록 필터링을 하거나 청징제를 쓰면서 맛의 요소들이 함께 걸러지기도 하구요.

(특수한 탱크로리로 필스너우르켈을 직송받아 판매하는 탱크비어 전문점)
그러니까 체코 양조장에서 마시던 그 필스너는.. 체코 양조장 혹은 양조장에서 맥주를 특수한 냉장 탱크로리로 생맥주를 직접 직송받아 판매하는 유럽의 극소수의 탱크비어 전문점에 가야지만 마실 수 있던거죠. 그래서 이번 맥주는 한국 재료를 쓴다거나, 서울집시만의 트위스트를 고민했다기보다.. 솔직하게 유럽 현지에서만 마실 수 있는 Unfiltered 체코 필스너를 정말 내가 그리워서, 한국에서 마실 방법이 없어서 만들었어요. 저희에게는 양조장이 있으니까요🔥

이번 보헤미안 라거https://maily.so/seoulgypsy/posts/2qzpe829o4x에서 가장 살리고 싶던 부분이 바로 양조장에서 갓 따라 마실 때의 그 맛이었어요. 살균도 필터링도 하지 않은 필스너에서만 나오는 신선한 우유? 버터? 같은 느낌. 그리고 체코 몰트와 홀리프 사츠홉이 만나 생기는 호박꿀 같은 캐릭터를 살리고 싶었는데요.

솔직히 말하면 실패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체코 필스너의 그 신선한 우유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정말 애썼는데.. 아무래도 효모 투입량과 발효 방법을 좀 다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클래식한 맥주는 레시피보다 양조 과정과 발효 컨트롤에서 한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거든요. 수백 년 동안 다듬어진 레시피를 첫 배치에 구현하겠다는 건 사실 도둑놈 심보겠죠…

물론 완전히 실패한건 아닙니다. 저희가 의도한것 보단 많이 부족하지만.. 체코 효모의 캐릭터와 트리플 디콕션, 체코 몰트에서 기인한 꿀 캐릭터가 만나서 호박꿀 같은 느낌이 좋습니다. 홉은 사츠 홀리프를 썼는데, 은은한 생화 뉘앙스를 살리려고 꽃잎을 하나하나 손으로 떼어냈어요. 펠렛홉은 그냥 부으면 되어서 편한데 홀리프는 손이 많이 가요. 그래도 정성이 들어가면 더 맛있어지는건 진리😁 양조사의 관점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맛은 있습니다. 끝없는 미세 조정으로 계속 업그레이드 해볼게요. 서울집시가 가장 잘하는게 디테일을 살리며 계속 발전하는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