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2026년의 여름도 조금씩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가끔 길을 잃은 듯하거나 앞으로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때가 있어요. 그럴때는 처음을 돌아보는게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왜 이걸 시작했는지?’가 명확하거든요. 서울집시가 마주했던 다양한 처음을 돌아보는 8월호 시작합니다.
집시 브루잉을 마치고, 서울집시만의 양조장에서 첫번째로 양조했던 맥주가 바로 ‘서울 컨츄리 라거’입니다.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설비 부담도 큰데 갓 오픈한 작은 양조장이 첫번째 맥주로 라거를 만든다는건.. 양조장 비즈니스에 이해도가 있으신 분은 의아하실 수 있는데요.
반골기질 때문인지, 집시 브루잉 시절 만들고 싶었지만 만들지 못한 맥주들에 대한 한풀이인지.. 여하튼 우리가 만들고 싶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을 차린 만큼, 첫번째 맥주에도 그 의미가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컨츄리 라거를 팜하우스 라거라고 설명했는데요. 생소한 스타일이시죠?

(3개월간의 양조 설비 self 시공을 마치고 드디어 했던 떨리는 첫 양조. 그때도 8월, 딱 5년전이었네요)
왜냐면.. 저희가 만든거거든요. 저희의 양조 철학이 팜하우스라는 맥주 스타일에서 영감받았기 때문입니다. 팜하우스 맥주는 오래전 벨기에 농부들이 농사짓고 남은 곡물들로 툭툭 담궈 마시던 노동주에서 출발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막걸리 같은 거죠. 집집마다 손맛이 다르고,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를 쓰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맥주였는데요. 저희는 이 팜하우스를 단순한 맥주 장르가 아니라 맥주를 만드는 하나의 철학으로 생각해요. 그 철학을 저희 나름대로 세 가지로 정의했는데요.
노동주에서 출발한 맥주였기에 당연히 음용성은 필수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배경이 아니더라도 저희는 음용성이야말로 맥주란 주종이 가장 가장 큰 매력이자 무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세상에 훌륭하고 맛있는 술이 많지만, 맥주만큼 캐주얼하게 여러잔 마시기 편한 술이 잘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만드는 모든 맥주는 첫 모금의 강렬함보다는 끝까지 편하게 여러잔 마시기 좋은가?를 집요하게 따집니다.

(대부분 새로운 맥주를 출시하기 전 가장 길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부분이 바로 음용성)
요즘은 물류와 유통이 워낙 발달해서 일본에서 갓 잡은 생선이 당일 저녁 밥상에 오르고, 한겨울에도 열대과일을 먹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맥주 퀄리티와 타협하지 않는 선에서, 되도록 한국의 로컬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로컬 재료가 앞으로도 계속 나오려면 누군가는 꾸준히 소비를 해줘야 하고, 또 해외 양조장이 할 수 없는 한국에 있는 양조장이기에 할 수 있는 차별점이 한국 로컬재료의 사용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라거에 가벼운 바디감을 더하기 위해 경북 봉화에서 재배한 옥수수와

제주도에서 재배한 유기농 영귤을 더해줬습니다. 영귤이란 이름보다 스다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실 것 같은데요! 주로 고급 스시집에 납품하시느라 올해 물량이 솔드아웃 이라고 하셨는데 서울집시라고 하니 흔쾌히 대량으로 보내주셨습니다 😁 옥수수를 사용하는 멕시코의 라거들은 주로 라임을 곁들여 먹는데요! (코로나 with 라임 국룰) 라임과 레몬 시트러스가 있는 동양의 라임! 영귤로 대신했습니다.

기분 좋은 음용성은 유지하면서도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바디감을 위해 나주에서 재배된 귀리도 더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손 닿는 곳에서 구할 수 있는 봉화 옥수수, 제주 영귤, 나주 귀리까지 더해져 서울집시가 완성하는 ‘서울 컨츄리 라거’ 재미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