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미식가인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준다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도 누구인지를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되었죠. 이런 시대에서 나의 취향에 대해 고민해 본 7월호 시작합니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생존과 영양학적 섭취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인간 역사에서 끊임없이 창조되어 온 수백, 수만가지 요리들과 술의 존재를 설명할 길이 없죠. 맛있는 음식은 인류에게 사회, 문화, 예술이 주는 모든 기쁨을 농축해 놓은 일종의 엔터테이닝입니다.
오직 자연에서만 식재료를 얻을 수 있었던 시대에는 귀한 식재료들은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귀한 식재료들을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흔해져 더이상 귀하지도 않게 되었죠.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들을 손쉽게 주문하고 맛볼 수 있습니다.
![bluekb_305736_3[505819].jpg](https://s3-us-west-2.amazonaws.com/secure.notion-static.com/25102623-1333-4e4e-b828-cb880eeacdbb/bluekb_305736_3505819.jpg)
(이제는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당시 임금님도 쉽게 먹을 수 없었다는 우유)
정말 쉬운 세상입니다. 숯에 굽지 않았지만 목초액을 더해 숯향이 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오크칩을 더해 오크통에 숙성한 것 같은 맛이 나는 와인을 구할 수도 있죠. 이런 시대에서 “과연 좋은 음식이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이 생깁니다.

최근 커피업계에서는 ‘가향 커피’가 논란이라고 합니다. 생두에 과일향을 첨가해서 스페셜티 커피 맛을 흉내내는 것이죠. 커피 업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분들이 꾸준히 이 상황을 인지하고 의견을 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같은 음료를 하는 맥주 쪽에서도.. 누군가는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향은 말그대로 향을 첨가했다는 뜻입니다. 인공향료와 천연향료로 나뉘기는 하지만.. 천연향료 또한 원료가 천연에서 유래했을 뿐 보존을 위한 다양한 인공 첨가물이 더해지고,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눈속임 하기 위한 마케팅 상술에 불과하죠.
단순히 ‘어떤 맛’ 만이 목적이라면 무조건 가향된 제품이 이깁니다. 더 강렬하고, 쉽고, 싸죠. 게다가 과학자들이 만든 맛이기 때문에.. 뇌에서 그걸 먹었다고 생각하게 만들도록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고안된 제품이라 자연의 맛과는 뇌가 받아들이는 인지 경로 자체가 다릅니다.

예를들면 블루베리 맛은 아예 연구실에서 블루베리 사진을 보고 맛을 상상해서 탄생한 맛이죠. 실제 블루베리 과육을 먹어보면 아실겁니다. 블루베리에선 우리가 알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헤이즐넛도 대표적입니다. 헤이즐넛을 한 움큼 한번에 먹는다고 해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그 헤이즐넛맛은 전혀 나지 않습니다.

바닐라 또한 대표적으로 성공한 향료입니다. 천연 바닐라는 풍부하면서도 복잡한..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향을 내지만, 합성 향료로 만들어낸 바닐린은 누구나 바로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바로 그 맛을 냅니다. 하지만 그 영혼까지 천연 바닐라와 같을 순 없습니다.

가향이 모두에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빠르고, 즉각적이고, 저렴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해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준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필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