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2개월만에 인사드립니다. 편집자의 건강 문제로 4월호 발간 시기를 놓쳐.. 깜깜 무소식으로 2개월이 지났는데요. 4월호의 행방을 궁금해하시며 몇몇분들이 연락을 주셨었는데.. 죄송합니다(ㅜㅜ) 늦은만큼 4+5월호를 합쳐 빵빵한 소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작은 독립 브루어리의 인력난을 이해해주시길 변명해보면서.. 렛츠고!

맥주의 경계를 넘어서

한국의 술 문화는 애석하게도 오랜 식민 지배와 전쟁 이후의 식량난으로 명맥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는데요. 집집마다 고유의 손맛(지금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가진 하우스 효모가 아니었을까? 싶은)이 담긴 가양주 문화가 사라지고,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희석식 소주와 소주와 함께 말아마시는 소맥용 맥주 등이 한국 술 문화의 주류를 이끌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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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주막에서 팔던 술도 다 가양주의 일종이었죠. 집집마다 김장을 하듯 가양주도 1,000여종이 넘었다고 합니다.)

사실 소주나 시판 맥주들이 음미하기 보다는 마시고 취하는 기능이 더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는 소위 고급 술은 와인이나 위스키 같은 외국 술에 의지할 수 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탓에 한국 술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난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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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집시 Bottle 라인은 포맷은 맥주이지만, 한국재료와 야생효모를 이용해서 아름답고 섬세한 한국 술을 만드려는 시도입니다. 아직까지는 한국 술이 마주한 품질 증명, 편의점 4캔 1만원으로 굳어져버린 맥주는 저렴한 술이라는 인식들.. 이런 선입견을 부수고 세상에 새로운 술의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발한 것인데요.

매 월 월급 결제일이 가까워지면 쫄리는 쫄보이지만.. 그래도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나 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맥주만 생각하면 되는 저희와 같은 독립 양조장이 할 수 있는 도전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합니다 도전!

씨앗 빈티지 2021

Bottle 라인 중 특히 씨앗 시리즈는 한국의 제철 재료와 야생 효모를 이용해 푸더(Foeder)에서 솔레라(Solera)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맥주입니다. 솔레라는 빈티지가 다른 술을 블렌딩 하는 방식 중 하나인데요. 저희는 마치 우리나라의 씨간장처럼, 대형 오크 푸더에서 일부는 비우고 일부는 영한 맥주로 채우고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개념을 차용했습니다.

<aside> 💡 솔레라 Solera 스페인의 쉐리 와인을 만드는 업자들이 개발한 방식으로, 균일한 품질의 주류를 얻기 위해 연령이 다양한 술을 혼합하여 숙성시키는 공정.

</aside>

재료 면에서는 몰트와 함께 한국 사천에서 재배된 백강밀을 이용했습니다. 저희가 처음 한국 밀을 사용했던 집시 양조시절 때까지만 만해도, 한국 밀을 처음으로 사용하는걸 한국 맥주업계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도 그럴게, 한국은 산지가 대부분이고 땅이 척박해서 양질의 곡물 생산이 어렵기도 하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수입된 양조용 밀을 사용하는게 훨씬 싸고 결과물이 좋기 때문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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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용 쌀과 주조용 쌀을 구분해서 개발하고 있는 일본)

당연히 퀄리티나 원가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서울집시가 한국재료 고집 하는데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양조도 크게 보면 농사부터 시작된다는 관점이 있기도 하고, 일본의 경우 오직 주조를 위한 쌀 품종도 다양하게 개발되는 환경인데다가, 도정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패키징을 위한 병 회사, 사케 라벨을 위한 종이나 인쇄 회사 등 양조를 위한 산업이 하나의 연결된 체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부러웠는데요. 한국술은 명맥이 끊기면서 주류의 모든 산업군 자체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0개가 넘던 누룩회사는 현재 3곳 정도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도 한국 농산물을 쓰지 않으면 영원히 발전이 없다는 생각으로 아쉬운 점이 있어도 꾸준히 사용하려 하는 것인데요. 밀 농부님과 직접 컨택을 하면서 밀 도정은 얼만큼 해야할지, 백각밀 말고 다른 품종의 밀은 양조에 적합할지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양조용 곡물에 대한 노하우를 조금씩 쌓아나가다보면 한국의 떼루아를 담은 술이 한국에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이제는 많은 양조장에서 한국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좋은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는 업계 친구들이 있다는건 정말 멋진 일입니다. 이렇게 작은 양조장들이 조금씩 한국 재료로 술을 만들어 나가다보면.. 5년 후 10년 후, 우리만의 양조 기반으로 한국만의 떼루아가 담긴 K-술이 세계시장에서 한가닥 하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