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교과서에서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장점’이라 배웠지만.. 1년 내내 온화해 사람들 성격이 긍정적인 나라나 1년에도 쌀농사를 세 번이나 지을 수 있는 곳을 알게 된 후엔, 사계절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배신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긴 겨울 끝에 이렇게 찬란한 봄을 마주할때면, 4계절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행복도 분명이 존재하는듯 해요. 기왕 이런 나라에 사는거.. 제철 음식을 찾아먹는 재미라도 있어야지 않을까요? 제철 맥주와 제철 피자 소식을 담은 2025년 첫 봄 호. 시작합니다🌸
서울집시의 기본 맥주들도 일반적인 맥주들보다 만드는데 시간이 2배, 3배로 걸리지만.. 그 중 Bottle 맥주들의 시간 단위는 차원이 다릅니다. 1~2년 단위가 기본이죠. 집시 브루잉으로 시작했지만 우리만의 양조장에 대한 꿈을 잊지 않고 마침내 양조장을 차리게 된 이유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걸리는 맥주들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집시 양조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스테인레스 탱크에서는 서울집시의 양조 기술이 총 집합된 높은 퀄리티의 클래식한 이어라운드 맥주들과 계절의 재료를 더한 제철 맥주들이 만들어진다면, 푸더와 배럴로 대표되는 오크통에서는 효모와 시간이라는 객원 양조사와 함께 자연의 힘을 빌려 맥주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집시의 Bottle 라인은 한국의 로컬 재료와 야생 효모를 이용해, 맥주의 경계를 넘어서는 아름답고 섬세한 한국술을 빚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요.

(좌) 대형 오크통, 푸더 Foeder (우) 배럴 Barrel
Foeder(대형 오크통)에서는 서울집시 씨앗 효모가 대대손손 살아가며 서울집시만의 떼루아를 만들어주고 있는 씨앗 맥주가, 배럴에서는 각기 다양한 성격을 가진 야생효모들이 각자의 배럴 속에서 발효, 숙성되며 좀 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진 배럴 고제나 토끼세종이 배럴 라인업이었죠🔥)

이번에 병입한 맥주는 배럴에 오래 숙성했던 세종에, 제철을 맞은 구좌 화산토 당근을 더해 만든 ‘토끼 세종 2024’ 입니다. (2년만에 돌아왔습니다😘) 토끼 세종은 샴페인에서 탄산을 만드는 방식인 ‘도사주 dosage’ 기법을 트위스트 한 맥주인데요.

샴페인은 병입할 때 설탕을 더해 병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산을 만듭니다. 병 속에 설탕과 효모를 살짝 더해주면, 병 속에서 효모가 당을 먹고 발효하면서 탄산을 만들어내죠. 병은 밀봉되어 있기 때문에 생긴 탄산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샴페인 속에 녹아서, 우리가 마시는 샴페인의 고운 버블감을 형성합니다🍾

당연히 요즘같은 시대에는 이산화탄소를 바로 주입해서 빠르고 쉽게 탄산을 만들 수 있지만, 이렇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탄산은 기포가 작고 고와서 섬세한 버블감이 특징입니다🫧 (고압으로 빠르게 생성된 탄산은 톡! 쏘는 자극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포가 크고 거칠며 빠르게 사라지는게 특징이죠!)

서울집시의 모든 바틀 라인은 모두 2차 병숙성을 통해 자연탄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요. 씨앗 맥주에는 지리산 아카시아 꿀로 도사주를, 토끼세종에는 ‘당도 높은 제주 화산토 당근을 직접 착즙해서 당근의 당’으로만 도사주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