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시의 명예 양조사 한 분이 효모라면, 다른 한 분은 바로 시간입니다. 맥주 한 잔 안에서 다양한 레이어와 서사가 담긴 맥주를 추구하는 집시에게, 시간은 꼭 필요한 재료이죠. 시간이 준비하고 있는 맥주들을 이번 호에 좀 더 깊게 탐구해봅니다🔍
작년 6월 푸더가 도착한 후, 가장 빠르게 양조한 맥주가 있습니다. 바로 푸더 라거 인데요. 이 라거는 새 푸더에서 처음, 오직 단 한번만 만들 수 있는 맥주입니다. 마치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Virgin Oak에서만 숙성하는 버번 위스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푸더 라거의 테이스팅 포인트 2가지를 미리 소개합니다!
참나무(Oak)는 세포에 타일러스라는 성분이 있어 물과 부패에 강해 주류를 보관하기에도 적합하고 (액체와 닿으면 부피가 팽창해 액체가 새는 것을 방지), 참나무 특유의 은은한 바닐라, 탄닌, 정향, 코코넛 등의 향미가 더해져 맥주나 와인, 위스키에 새로운 맛과 향의 레이어를 더해주기도 합니다. (오크 조직에 함유되어 있는 성분이 무려 60가지!)
특히 저희 푸더에 사용된 미국산 화이트 오크는 바닐린(바닐라향)과 위스키락톤(코코넛향) 성분이 더 강한 것이 특징인데요. 거기에 Virgin Oak는 나무의 진액과 향이 더 깊게 배어들기 때문에 맥주에 더 강한 풍미를 입혀줍니다.
푸더 세척 후 뜨거운 물을 담아 마셔보았을 때도 핀란드 습식 사우나의 느낌, 솔향, 정향의 스파이시함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맥주에게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탄산' 탄산을 만드는 방법을 굳이 따지자면 3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발효 중간에 탄산이 나가지 않도록 밸브를 잠그는 방법, 둘은 발효가 끝난 후에 탄산을 별도로 주입하는 방법, 셋은 발효가 끝난 맥주에 당이 남아있는 갓 양조한 새로운 Young Beer 다시 넣어 발효해, 탄산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중 세번째 방식을 크라우제닝(Krausening) 이라고 하는데요. (실제 크라우제닝 장면!) 이 방식은 전통적인 독일 양조 기법에서 탄산을 만드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첫번째 맥주를 만들고, 탄산을 위한 맥주를 새로 양조해서 더하는만큼 시간도 일도 두배가 들지만, 탄산이 더 Soft 하고 맥주를 더 깔끔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크라우제닝을 위해 중간에 Young Beer를 추가로 양조해, 장장 7개월에 걸쳐 만들어진 푸더 라거는, 은은한 바닐라 느낌과 참나무 특유의 허브의 스파이시함과 라거 특유의 바삭하면서도 청사과스러움이 공존합니다. 또 노블홉 특유의 꽃향기가 오크의 스파이시함과도 잘 어울려, 다양한 맛의 레이어를 한 잔 속에서 느끼실 수 있을거에요.
단독으로 마시기에도, 위스키와 함께 마셔도 좋을 푸더 라거.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는 만나보지 못 할 맥주, 3월 중에 캔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