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한지는 2년, 관련 서적과 정보들을 찾으며 공부하다가 집에 오븐을 사서 직접 실험해본지는 1년, 가능성을 확인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실현시켜 줄 베이커를 섭외하고 부동산을 구하기 시작한지 8개월, 부동산을 계약하고 준비한지 4개월.. 아이디어의 구상부터 실현까지 장장 2년이나 걸린 서울집시 양조장의 새로운 발효 프로젝트 ‘Seoulgypsy Fermenteria’ 특집호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이 들으시면 ‘이렇게까지 한다고?’ 놀라실 정도로, 서울집시는 우리 맥주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을지 정말 다방면으로 고민하는데요. 저희 매장의 구조나 비어텐더, 푸어링, 음식 메뉴, 하다못해 비즈니스 구조까지.. 거의 대부분의 결정과 결과물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맥주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나온 답들입니다.

(공간 효율은 떨어지지만 언제나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Beer Bar를 가장 넓고 잘보이는 자리에 두죠!)
액체빵(맥주)로 고체빵(사워도우)를 만들게 된 배경도 바로 이 고민에서 출발했는데요. 세상에 실패하지 않는 페어링 중 하나가 바로 같은 주재료로 만들어진 음식과 음료를 함께 먹는거죠. 마치 스시와 사케처럼요!
맥주는 액체빵이라는 별명도 있고, 맥주와 빵의 기본 컴포넌트가 홉을 제외하고는 다르지 않기에.. 맥주 재료로 빵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같은 효모로 발효하고 같은 곡물을 쓴 맥주와 빵을 같이 먹으면 맛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빵에 대해서 깊게 공부하면 할수록 빵을 만드는 것이 맥주 만드는 것과 정말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조사로서 도저히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렇게 1년간 서울집시의 House 효모들과 서울집시 맥주에도 사용하는 다양한 몰트들, 한국 백강밀을 이용해 액체빵으로 → 고체빵 만드는 발효 테스트를 계속 했습니다.

하지만 맥주도 빵도 ‘발효’라는 눈에 보이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한 자연의 원리를 적용하는 만큼.. 정말 까다롭고 컨트롤하기 어렵고 미세한 차이(밀링의 정도, 발효 시간, 효모의 양, 곡물의 종류 등등..)에 따라 결과물이 예민하게 바뀐다는 점도 닮아 있었습니다🥹 (왜 그런걸 닮고 그래..) 살아있는 효모를 다룬다는건 맥주나 빵이나 참.. 어렵긴 매한가지!
또, 맥주 재료를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맛의 방향성을 찾아낼 순 있었지만.. 그걸 실현화 하는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어느정도 이상의 양을 매일 균일한 퀄리티로 발효해내는 것은 또 다른 전문의 영역이었죠. 맥주 효모와 맥주에 사용되는 곡물 등.. 기존에 빵을 만들던 영역에서 시도되지 않는 것들을 해내야 하기에 정말 유능한 베이커가 필요했습니다.

(서울집시와 함께하고 살이 쭉 빠진 지오 베이커.. 세상에 없는거 하는게 쉽지 않죠.. 미안해요..🙏)
이 세상에 없는 프로젝트를 같이 할 베이커를 수소문 하던 차에, 뉴욕에서 현재 가장 핫한 피자집인 L'industrie에서 헤드베이커로 일하던 지오 베이커의 귀국 소식을 듣고, 재빨리 납치(?)해서 지금의 퍼멘테리아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습니다. 맥주 발효의 전문가와 빵 발효의 전문가가 서로의 전문영역을 치열하게 머징했습니다.
맥주에도 라거, IPA, 포터 등 다양한 장르가 있듯 피자 도우에도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흔히 익숙한 이탈리아 나폴리식 피자는 수분 함량이 높고 정제된 밀가루를 사용해 쫄깃한 떡같은 도우가 특징이죠. 로마식 피자는 얇고 크리스피한 도우에 사각형으로 잘라 먹으며, 에어리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또 미국으로 건너온 피자는 지역마다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뉴욕 스타일 피자는 넓고 얇아서 한조각씩 접어먹고 바삭한 도우가 특징이며, 디트로이트 스타일은 스퀘어 피자에 체다치즈가 둘러져 카라멜라이즈드 된 크러스트가 특징이죠.
서울집시는 맥주를 만들 때에도 어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집시다운’ 맥주를 만드는 걸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맥주를 만들때 처럼, 세상에 이렇게 많은 피자 도우들 중에 어떤 스타일을 딱 정해서 따라한다기 보다는 ‘서울집시다운 도우는 어때야할까?’ 라는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