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는 굵은 비로 축축한데 거기에 뜨겁기까지 한, 한여름의 중심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양조장은 에어콘도 선풍기도 없어서.. 마치 찜기 속의 만두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사람은 쪄지고 있지만, 맥주는 냉장자켓을 입고 있어 맥주 만큼은 시원하게 보내고 있다는 점. 사람보다 맥주가 먼저라는 점. 알려드리면서.. 습한 날씨에도 기분만큼은 제습해 드릴 새로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월간집시를 쭈욱 따라와주신 분들이라면 알고 계실텐데요. 저희는 올해 초부터 세번째 매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봄부터 서울 전역의 부동산을 찾아다녔지만.. 현실적인 임대료에 서울집시와 어울리는 동네, 그리고 집시다움을 녹일 수 있는 공간적 매력까지. 모든 삼박자가 맞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는데요.
(마음에 들었지만 평수가 맞지 않아 포기한 곳..)
2017년 종로점을 시작으로 만 4년만에 양조장을 → 그로부터 1년 후에 한남점 →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의 세번째 매장까지..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그만큼 단단하게 우리의 힘으로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정도 인지도와 명성이 생겼다보니 첫 시작때와는 다르게, 많은 투자 제안과 입점 제안을 받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인 이익보다도 결국,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서울집시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타고난 반골 성향.. 별 수 있나요. 이쯤되면 반골기질은 집시의 퍼스널컬러🤣
(출처 : https://jennisparks.com/illustrated-map-of-Seochon)
장장 반년간의 발품을 판 끝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계약했습니다. 처음엔 한강 이남에서 시작했는데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다, 찾다, 찾다보니 이곳까지 와버렸네요! 월간집시 구독자분들께만 동네를 선공개합니다. 서울집시의 세번째 공간은 바로 **‘서촌’**입니다.
서촌은 경복궁을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는데요. 고려시대때부터 존재했던 마을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이자, 예로부터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던 곳으로 예술의 정취가 남아있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시간의 겹이 쌓인 동네”라고 표현을 하시더라구요. 그만큼 깊이 있는 서촌의 독특한 정취가 서울집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강 이남은 다음 기회에..!)
계약한 곳은 오래된 건물로, 낡고 어수선해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넓고 시원시원한 창문에서 잠재력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자연을 사랑하기에, 바쁘고 차가운 서울에서도 최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데요. (양조장은 심지어 산 아래 위치!)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날이 좋으면 좋은대로, 변화하는 날씨와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아 이곳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세번째 매장은 기존 서울집시 매장들과는 조금 다른 컨셉으로 구상하고 있는데요. 서울집시의 맥주 맛의 비결인 House 효모들을 활용해 맥주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효모의 발효 매직은 맥주만 맛있게 하는게 아니니까요!
맥주는 ‘액체 빵’이라는 별명도 있죠. 맥주가 액체 빵이라면, 이번엔 고체 빵에 도전합니다. 저희 맥주에 사용하는 한국 백강밀과 몰트 그리고 서울집시의 씨앗 효모를 이용해 서울집시만의 특별한 도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액체 빵이건, 고체 빵이건 발효의 원리는 자연의 법칙처럼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는 아주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꽤 오래 묵은 숙원이기도 한데요.
(‼️인도인 아님 주의)